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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에 대한 고찰>

프로젝트 <곡선에 대한 고찰>은 '곡선' 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에서 시작되어 돌고 도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수 작품들로 풀어낸 유나씨 프로젝트이다.

<곡선에 대한 고찰>이라는 큰 주제 아래 '돌고 돌아', '흐름', '뭉침&흩어짐' 그리고

'곡선의 미학' 이렇게 네 개의 소주제들로 나뉘어 전개된다. 

Part.1 돌고 돌아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프로젝트의 첫 시작 시리즈이자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가장 오래 지켜보며 곱씹은 작품들이라 볼 수 있겠다.

돌고 돌아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위로 올라가면 내려오게 되는 순간이 있고, 거품이 낀 것들은 언젠가는 빠지기 마련이며, 달리던 것은 서서히 걷게 되고, 인연이라고 믿었던 누군가는 인연을 벗어나기도 하고 인연이 아니라 생각했던 또 다른 누군가는 인연의 자리로 들어오게 되기도 한다. 계절은 돌고 돌아

춥고 덥기를 반복하며 내뱉은 말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돌고 돌아 언젠가 그대로 돌아온다. 세상 모든

것들은 그렇게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또다시 돌고 돈다. 

 

좋은 날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날도 있듯 모든 순간이 좋을 수만은 없고 이 기분 좋음이 영원할 수는 없다.

모든 감정은 돌고 돌아 반복되기 마련이고 아쉬움에 크게 슬퍼할 이유도, 지나간 기쁨에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다. 멈춤이 없는 것에 멈춤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 곡선은 꼬인다. 꼬이고 엉킨다.

(2022 작가노트)

돌고돌아 작품들p1.jpg
돌고돌아 네이비 미니9 합체본.jpg

Part.2 흐름

손으로 모양을 잡고 놓으면 그 모양대로 구부러져 고정되는 와이어와 손을 떼면 고정되지 않고 그대로 축 처지는 얇은 리본 끈이라는 상반되는 두 물성을 결합하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흐름 (꿈 그리고 애매한 재능)

꿈을 꾸며 열심히 살아가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는 빛나고 아름다운데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아름답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덤덤하게 슬픈 그런 느낌.

 

어쩌면 꼭 큰 부와 명예, 어떠한 보상이 아니더라도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체능이라는 장르의 딜레마 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재능은 안되고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잠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평생 자본금이

들어가고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잘 해야 한다. 어쩌면 애매한 재능은 참 잔인하다. 

애초에 없는 재능이었다면 기대도 욕심도 없을 텐데 그 '애매한' 재능이 말 그대로 사람을 참 애매하게

만든다. 존재 자체로 희망고문인 그 재능은 많은 사람들을 좌절로 몰아넣는다. 사람은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가진 것에 집착할 뿐.

 

예술은 상대적인 거라 자기의 재능을 똑바로 마주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공부는 객관적 지표인

성적표가 있는데 예술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더 애매한. 그렇다면 그 애매한 재능을 애매하지 않게

만들어야지. 재능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애매한 재능이 확실한 재능이 되려면 많은 연구와 경험이 필요하다. 타고난 것 같아 보이는 재능인들도 배경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경험과 시도들이 축적되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재능의 이면은 보지 않는 것 같다.

 

잘 풀리는 때가 있으면 안 풀리는 시기도 있다.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다. 상황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어제까지 잘 풀리다가 갑자기 내일부터 안 풀릴 수도 있고 그런 거다. 좋은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나쁜

순간도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 위로 가는 때가 있으면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 순간이 있고

아래에 머물다 두 배로 빠르게 올라가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잘 풀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너무 들뜨지

않기로 한다. 잘 안 풀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너무 침체되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모든 것은 흐름에 맞게

돌고 돌게 되어있다. 그저 내 차례가 될 그 순간을 위해 덤덤하게 준비할 뿐. 조급해하지 말기를. 사람마다

발전하는 속도는 다르고 주어지는 기회의 크기와 타이밍 또한 다르다. 

 

언젠가 이 모두가 삶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된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행복한 날들이 불안한 순간보다는 많기를 바란다.

 

살아있는 건 쉬워도 살아간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애쓰며

살아간다.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불행한 사람도 있겠지. 그래도 최대한 행복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이들도 나도 사회 속 그들도 당신도 모두. 영원한 건 없으니 기쁜 순간에도 슬픈 순간에도 너무 깊게

빠지지 말기를. 행복과 불행은 늘 교차하기 마련이고 머무는 속도 또한 매번 다르다. 모든 것은 돌고 도니

그저 덤덤하게 다음 순서를 기다릴 수 있도록. 그리고 순서가 오면 그때 웃으면 되는 거다. 그러니 다들

스스로를 놓지 말기를.

(2022 작가노트)

흐름 작품들p1.jpg

Part.3 뭉침&흩어짐

'뭉침', '흩어짐'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막연히 뭉쳐진 머리카락, 구겨진 종이 쓰레기, 엉겨 붙은 반죽, 다소 지저분한 무언가의

덩어리진 모습 또는 여기저기 흩어진 정돈되지 않은 지저분한 무언가가 떠오른다. 시각적으로 예쁜 모습과는 거리가 먼 형상이다.

뭉쳐져 휘어있는 끈 소재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뭉쳐진 그리고 흩어진 곡선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뭉침흩어짐 작품들p1.jpg
뭉침흩어짐 작품들p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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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곡선의 미학

곡선의 미학은 소주제 내에서도 또다시 식물, 인간 그리고 파도 시리즈로 나뉜다. 식물이 가진 곡선, 인간의 몸 그리고 인간이 그리는 몸짓, 파도와 물결-로써 다른 소주제들에 비해 보다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접근하여 이들이 가진 곡선들을 각기 다른 모습들로 풀어낸다. 

<식물>

식물1 홈페이지p1.jpg
식물 나머지작품p2.jpg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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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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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작품들p2.jpg

-다시, 돌고 돌아 (돌고 돌아와 프로젝트를 닫으며) 

디자이너로 시작하여 작가로 돌고 돌아온 혹은 작가로 시작하여 돌고 돌아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왔는지 여전히 나는 모른다. 어쩌면 시각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계속 돌고 돌며 매번

왔다 갔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어떤 무언가를 자수라는 예술 혹은 기법 또는 수단을 통하여 표현하고 전달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각 예술

종사자들 중 한 명 또는 그저 전달자일지도.

갈수록 직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는 세상. 여전히 작가라는 수식어는 어색하고

그렇다고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기에도 나는 어색함을 느낀다. 어쩔 때는 순수하게 예술가

같기도 하다가 보통은 그저 연구원 같고 가끔은 약간은 사업가 같기도 하다가 아직

과제 중인 학생인가 싶기도 하다. 

 

늘 그렇듯 작업 초반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싶다가도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이면 벌써부터 미흡함이 느껴진다. 다음 작업은 부족함 없게 더 잘해야지 다짐하며 늘 똑같이 마무리되고 시작되는 작업들. 마무리된 프로젝트에 대한 아쉬움과 새롭게 시작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밀려온다. 언젠가는 온전히 만족감만 남긴 채 프로젝트를 덮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날은 없었으면 하는 모순으로 약 8개월간 준비한 프로젝트 <곡선에 대한

고찰>을 덮는다. 

(2023)

 

글 유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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